2016년 5월 21일 토요일

변방 [이귀란]~

변방 [이귀란]소설가 이귀란의 첫 소설집 이다. ‘노가다 원씨’를 비롯해 10편의 작품이 실린 이번 책은 2002년 ‘크리스천문학’에 소설로 등단한 이후 10년 동안 갈고 닦은 작품을 한데 모았다. 이귀란은 소설을 쓰다가 죽고 싶다고 말한다. 이 말은 그냥 지나쳐 들을 말이 아니다. 이귀란에게 있어서 소설은 이 세상 모든 것 가운데 최고의 가치를 가진 것이고, 생명과도 같은 것이고, 아니 생명보다도 더 귀중한 것이어서, 그것에 몸 바쳐 살다가 먼저 죽고 싶다는 뜻으로 생각하면, 가슴이 서늘해지기까지 한다. 이 소설집에는 소리와 냄새, 그리고 무엇보다 변방 같은 일상, 일상 같은 변방에 대한 탐색이 담겨 있다. 오늘 소설을 쓰는 사람은 아름답다. 어제 그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도 쓰고 싶다. 의식의 흐름을 따라 등장인물의 내면심리를 잘 드러내 주는 효과적인 서술기법을 구사하는가 하면, 소재에 따라 개성 있는 인물을 설정, 아픔을 지닌 다양한 삶의 모습들을 보여 주었다. 연민을 느끼거나 공감하는 독자들이 많으리라 믿는다.제 생에 있어서 소설은 또 다른 구원입니다. 소설을 읽거나 쓰는데 열정을 불태우지 않았다면 지나온 삶이 어땠을까, 돌이키고 싶지 않습니다. 저는 정말 소설을 잘 쓰고 싶습니다. 그러나 소설에 몰입할 시간이 부족합니다. 쪼들리는 시간을 쪼개어 소설과 마주하는 시간, 가장 행복하다 말할 수 있습니다. 제 소설의 근간은 차마 울지도 못하는 사람들의 삶을 아파합니다. 복음이 없고, 십자가마저 쓰러진 변방에서, 까치발로 서성거리는 사람들의 상처를 드러냅니다. 그들은 선천적으로 DNA가 여려서 아프다는 말도 못하고 민주주의의 법칙에서 왜 빼앗겼는지, 왜 아픈지, 그것조차 인지하지 못하는 사람들입니다. 저는 그들의 삶을 그림으로서 삶의 질서를, 나눔을 회복하고 싶습니다. 인간의 무한한 가치는 동등할 때 제 빛을 발하기 때문입니다. 작품집을 묶기도 전에 덜컥, 늪 속에 빠져 반년을 허우적거렸습니다. 겨우 빠져나와 마주 앉고 보니 이미 가을이더군요. 이대로 보내기로 했습니다. 이제 저는 지붕 나지막한 집을 짓고, 햇살 잘 드는 장독대 옆에 앉아 된장 간장 익어가듯 곰삭아지기를 기다립니다. 그러면 시간이 느긋해 질 테고 작품도 익어가겠지요. (/ 작가의 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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