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5월 27일 금요일

2000 현장비평가가 뽑은 올해의 좋은 소설 [이윤기]~

2000 현장비평가가 뽑은 올해의 좋은 소설 [이윤기]45년 전통의 순수문예지 월간 '현대문학'이 '진정한 문학성과 작가의 예술혼이 짙게 베어 있는 좋은 소설을 작품의 완성도와 새로움의 성취도를 기준으로 선정, 소개하여 독자들의 올바른 문학관을 확립시킨다'는 것을 기획취지로 해서 지난 1993년부터 펴내온 기획시리즈물이다. 2000 현장 비평가가 뽑은 올해의 좋은 소설은 1999년 6월부터 2000년 5월까지 각종 '월 계간' 문예지에 발표된 신작 소설들을 대상으로 하여 현장비평가 다섯분의 엄정한 심사를 거쳐 특정한 이념에 상관없이 선정한 작품들을 수록한 것으로 여기 수록된 열두편의 소설들은 지난 1년간 한국 소설문단이 보여준 성과와 그 위상을 한눈에 가늠케 해줄 것이다. 이번 선정결과의 특징은 형식상으로 안정된 화법과 감각적 경험의 깊이가 아울러 갖춰진 작품이 비교적 높은 평가를 얻었다는 점이다.휴일의 학교는 이상하다. 벽마다 총총한 발전하는 우리 학교. 쓰레기 분리수거의 중요성 한국의 민물고기, 우리가 알아야할 우리 꽃 따위의 사진들, 아무런 현실감도 없는 사진들이 음충한 빛으로 번득이는 복도는 덜 마른 걸레 냄새로 가득차 있었다. 누군가 잊고간 우산이 먼지를 뒤집어 쓴채 꽂혀있고 외짝의 실내화가 빈 신발장에 덩그러니 놓여 있는 그곳은 단 하루 비어 있을 뿐인데도 오래 버려진 잊혀진 건물 같았다.'전화해서 귀찮았지? 미안 그렇지만 자기도 심심했지?'교무실 문을 열자 정 선생이 예의 코맹맹이 소리고 나를 맞았다. 노란 셔츠에 감색 조끼 그녀는 막 광고에서 빠져나온 사람처럼 경쾌해 보였다. 스물아홉 아직은 생머리가 어색하지 않은 몸에 착 달라붙은 검은 진바지를 망설임 없이 입을수 있는 나이'사실은 조금 있다 누가 올거야 그래서 자기가 같이 있어 줬음 해서 전화했지'누가 라고만 했지만 나는 대뜸 그녀의 말을 알아들었다. 정 선생의 남자 지난달 이래 시시때때로 내게 이야기 하던 남자를 오늘 비로소 보게 될 것이었다. 어제 보랏빛 셔츠를 샀어. 그 사람은 그런색이 어울리거든. 한국 남자치고는 얼굴이 흰 편이야 게다가 무척 말랐어. 양호실에서 함꼐 점심을 먹은 여선생들이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 내게 중대한 비밀을 털어놓듯 속삭이던 정선생이 며칠후 셔츠에 어울릴 근사한 회색 넥타이를 샀다는것 그 셔츠에 그 넥타이를 맨 그 남자와 강이 보이는 곳에서 로브스터를 먹었다는 것 그사람의 신용카드가 웬일인지 승인이 떨어지지 않았으므로 정 선생이 계산을 했지만 자신은 그런 일에는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는것...따위를 나는 알고 있었다. 비밀을 털어 놓을때 그녀의 음성은 낮았고 눈은 은밀한 빛으로 반짝였다. 보물을 가진 아이가 아무에게도 자랑 할수 없는 보물을 숨긴 아이가 단 한사람 그 사실을 알아차린이에게 보내는 눈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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