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5월 30일 월요일

방황 [루쉰]~

방황 [루쉰]투철한 현실 인식과 민중에 대한 절실한 애정을 보여주는루쉰 문학의 백미!이 책은 신해혁명기, 중국 사회의 암흑과도 같은 현실과 싸워온 루쉰의 중단편집이다. 봉건 극복과 근대 실현을 위해 치열한 싸움을 겪으며 중국 현대문학의 아버지로 평가받게 된 루쉰의 작품들은 민중의 부정적 측면, 봉건적 지배계급의 비인간성, 보수적 지식인의 허위의식 등에 대한 공격적 풍자를 중심으로 전개된다.루쉰의 두 번째 소설집인 [방황]은 11편의 단편소설을 수록하여 1926년에 출판되었다. 여기 실린 작품들은 1924년에서 1925년에 이르는 기간에 집필된 것으로 5·4운동 퇴조기라는 시대적 배경 아래 쓰인 것으로, 중국 근대화 과정의 격변하는 사회 현실과 민중의식을 가식 없이 반영하고 있으며 근대화를 위한 계몽사상의 고취로 점철되어 있다. 루쉰은 당시 농촌 사회의 비참한 생활과 여성에 대한 봉건사상의 속박을 폭로하고, 피압박 여성의 비참한 운명을 동정하며 그녀들의 봉건질서에 대한 회의를 반영한 '축복'과 '이혼', 한때는 높은 이상을 품었으나 사회에서 소외되어 몰락해가는 지식인의 모습을 그린 '술집에서' '고독한 사람' '죽음을 슬퍼함',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갈등하다 결국 현실과 타협하고 사는 속물 지식인을 풍자한 '행복한 가정' '비누' '까오 선생', 구경거리를 좋아하는 민중의 근성을 그린 '조리돌리기' 등에서 전통에 대해서 이야기할 뿐만 아니라 그 전통 비판을 통해서 중국 국민이 획득하고 있는 근대성에 대한 깊은 성찰과 지식인의 각성을 촉구하고 있다.‘영혼이 있느냐, 없느냐?’사실 그 문제에 대해서는 나 자신도 여태껏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그렇지만 지금 이 순간, 내가 그녀에게 어떻게 대답해야 좋단 말인가? 나는 매우 짧은 순간이나마 주저하면서 생각해보았다. 이곳 사람들은 관습적으로 귀신의 존재를 믿는다. 하지만 그녀는 도리어 귀신의 존재에 대해 의혹을 품고 있지 않는가? 아니, 그보다는 영혼이 존재하기를 바라고 있는 것은 아닐까? 아니면 존재하지 않기를 바라는 것일까? 하필이면 나처럼 인생의 말로(末路)를 걷고 있는 사람에게 고뇌를 더 안겨줄 것은 또 뭐란 말인가? ('축복' 중에서/ p.11)“당신, 어디 한번 생각해봐요. 여자들이 떼로 길거리를 걸어 다니는 것도 눈꼴사나울 판인데 머리까지 자르려고 드니. 내가 제일 고깝게 생각하는 것이 바로 그런 머리 자른 여학생들이라고. 솔직히 말해 군인이나 비적(匪賊)들은 그래도 용서할 구석이 있어요. 지금 천하를 어지럽히고 있는 건 바로 여자들이야. 마땅히 아주 엄하게 다스려야 해…….” ('비누' 중에서/ p.79) 마을 사람들은 누구나 침을 삼키면서 신기해하는 가운데 소식을 기다렸다. 그들은 롄수가 서양식 교육을 받은 ‘이른바 신당(新黨)파라 전부터 도무지 도리에 맞지 않았던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니 쌍방 간에 대결은 불가피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아마도 깜짝 놀랄 뜻밖의 기이한 광경이 펼쳐질지도 모른다고 여기고 있었다. ('고독한 사람' 중에서/ p.173)내 마음은 점차 이들 원고로 가득 채워졌다. 나는 숨을 쉬기가 무척 어렵다는 것을 느꼈다. 나는 고민이 되는 가운데 늘 생각해보았다. 진실을 말하기 위해서는 실로 엄청난 용기가 필요한 법. 만일 그러한 용기가 없어서 그저 허위에 안주한다면 새로운 인생길을 개척할 수 없는 사람이 되고 말 것이다. 새로운 인생길도 없을뿐더러 그런 사람도 있을 수 없다. ('죽음을 슬퍼함' 중에서/ p.199) “맞습니다……. 저는 알고 있어요, 저희같이 무식한 사람들은 아무것도 몰라요. 다만 저는 제 아버지를 원망하고 싶군요. 세상 물정은 털끝만큼도 모르고 나이가 드니 이제는 멍청하기까지 합니다. 그러니 저 ‘짐승 같은 아비’와 ‘짐승 같은 아들놈’이 하는 대로 휘둘릴 수밖에 없지요. 그리고 저놈들은 마치 상갓집 부고를 돌리기라도 하듯 서둘러 개구멍을 파고 들어가서는 나쁜 놈들과 작당이나 하고 있으니…….” ('이혼' 중에서/ p.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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