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5월 27일 금요일

융프라우가 보이는 자리 [김진익]~

융프라우가 보이는 자리 [김진익]“고장 난 시계도 하루에 두 번은 맞다는 거 아시나요?”세계 최고의 왓치딜러, 그에게 찾아온 치명적 사랑이미 한 권의 장편소설을 출간한 김진익 작가의 두 번째 장편소설. 스위스 인터라켄을 주 배경으로 왓치딜러 찬우와 미친 산꾼이라 불리는 이현, 아픔을 간직한 사랑스러운 여인, 윤지의 이야기를 그려나간다. 전혀 연관성 없어 보이는 세 사람이 엮이는 과정 속에는 도전과 열정 그리고 사랑이 녹아있다. 전 세계 곳곳을 누비는 왓치딜러 찬우로 인해 마치 여행을 하는 느낌으로 소설을 마주할 것이다. 이 가을, 치명적인 사랑이 들려주는 매혹적인 선율에 귀 기울여보자.실타래처럼 얽힌 세 남녀의 운명의 고리기억의 조각을 맞추면 잊었던 사랑이 되살아난다!주인공 찬우는 세계 최고의 왓치딜러다. 하지만, 그는 전형적인 엘리트 코스를 밟은 것도, 뒤를 봐주는 빽이 있는 것도 아니다. 오로지 시계에 대한 열정과 노력이 그를 그 자리까지 오르게 했다. 자연히 제대로 된 연애 한번 못 해본 그에게 어느 날 핑크빛 사랑이 찾아온다. 길거리에서 본다면 한 번쯤 다시 돌아볼 아리따운 그녀, 자신감 넘치고 활동적으로 보이지만 한편으로는 단아하고 청순한 매력을 지닌 윤지다. 첫 만남부터 호감을 느낀 두 사람은 급속도로 가까워지고 결국, 사랑하는 사이로 발전한다.그러나 행복도 잠시, 윤지를 만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찬우는 이상한 꿈에 시달린다. 정확히 말하자면 꿈이라고 하기도 뭐하고, 현실이라고 하기도 뭐한 그 중간쯤에 위치하는 것! 그것에는 늘 한 남자가 등장한다. 정체를 알 수 없는 그 남자는 찬우에게 기묘한 부탁을 하고, 남자와의 만남이 지속될수록 찬우는 그와 자신이 어떤 연결고리로 묶여 있음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그것을 파헤치면서 더욱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는데….왓치딜러라는 다소 생소한 직업의 주인공을 내세운 이 소설은, 스위스 인터라켄을 중심으로 베른, 루체른, 일본, 한국 등 세계 곳곳에서 이야기를 펼쳐간다. 그리고 그 울타리 속에는 왓치딜러뿐 아니라 다양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등장한다. 인물 개개인이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독특한 개성을 지니고 있어 모두가 주인공인 양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한다. 초반에 전혀 관련 없던 이들이 스토리가 전개되며 하나씩 얽혀 가는 것은 소설의 재미를 더한다.이 책은 사랑에 울고 웃는 단순한 로맨스 소설이 아니다. 주인공이 최고의 자리에 서기까지의 험난한 여정, 끔찍한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을 묵묵히 그려냄으로써 인생 전반을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또한, 의사로서 자신의 직업에 회의를 느끼는 현애, 글쓰기에 두려움을 갖고 있는 작가 지민이, 의식 없는 아들을 간호하는 이정환 씨 등 다양한 인물들의 등장시키고, 세밀한 심리 묘사를 통해 누구나 공감하고 함께 아파할 수 있게 한다. 이로인해 독자들은 마지막 장을 덮으며 가슴 저리는 묘한 여운과 따뜻함을 느낄 것이다.감각적인 문장력을 지닌 김진익 작가는 이미 장편소설 [프레지아 꽃향기]를 출간한 바 있다. 웹상에서 크게 호평받은 첫 작품과 마찬가지로 이번 소설 [융프라우가 보이는 자리]역시 빠른 전개와 작가 특유의 생생한 묘사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사랑한다 말하리라. 만약 내 삶이 한 편의 영화나 소설로 만들어진다면,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이야기들이 만들어질지는 모르겠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넌 그 이야기 속에 나오는 유일한 여자 주인공이라고 말하리라. (/ '2001년 7월 1일, 故 이현의 일기' 중에서)다시는 깨어나지 않게 해달라는 기도와 함께 수면제를 한 움큼 삼켜도 봤다. 언제나 그랬듯 운이 없다. 죽는 일도 마음대로 안 되니 말이다. 고층빌딩 옥상에서 뛰어 내려볼까도 생각해봤지만 몸뚱어리가 망가지는 건 원치 않는다. 우아하게 죽고 싶다. 최대한 우아하게 죽어서 그 사람을 만나야 한다. 그 사람이 그곳에 있는지 찾아야 했다. 찾아서 따져야 했다. 왜 날 이렇게 만들었냐고. 그러기 위해선 차도에 뛰어들 수도 없다. 망가진 얼굴을 그 사람이 못 알아볼 수도 있으니까. 이번엔 또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두렵다. 죽는 거 말고 다시 살아나는 게. - 윤지(/ p.6)그렇게 하겠습니다. 절대 사랑 앞에 거만해지지 않겠습니다. 자만하지 않겠습니다. 당신보다 더 많이 희생하고, 더 오래 기다리며, 더 지독히 사랑하겠습니다. - 찬우(/ p.6)사랑이 오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는 내리는 빗소리에 섞여 있었는데, 가만히 듣고 있자니 몸서리가 쳐질 만큼 아름답고, 가슴이 아릴 만큼 자극적이었다. 누군가가 말했다. 사랑은 화선지 위로 떨어진 한 방울 연한 먹물처럼 서서히 스며드는 것이라고. 하지만, 찬우가 느낀 사랑은 좀 달랐다. ‘서서히’, ‘스며든다.’와 같은 여유 있는 감정을 느껴 볼 새도 없이 어느 순간 느닷없이 찾아와서 가차없이 파고들었다.슈벨렌 매틀리. 그곳은 사랑을 싹 틔우기에 충분히 아늑하고 향기로운 공간이었다. 내리는 비는 윤지의 입술을 촉촉이 젖게 만들었고, 촉촉해진 그 입술에 배어 있던 원두 향기는 단숨에 찬우의 가슴을 어지럽혀 놓았다.(/ p.105)스물둘. 윤지는 이현이라는 미친 산꾼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꼈다. 이현이란 이름에 가슴이 뛰고 그의 목소리에 웃음이 나며, 그의 가벼운 터치에 심장이 멎어서 숨이 막혔다. 그 존재 자체가 지금껏 그토록 궁금했던 사랑이란 감정이란 걸 윤지는 알 수 있었다. “뭐 하나만 더 물어봐도 돼요?” “넌 내가 어렵냐?” “예?” “왜 자꾸 그런 걸 물어봐? 그냥 물어봐.” 윤지는 겸연쩍게 웃음을 흘렸다. 그런 윤지의 양 볼은 지하상가의 진홍색 불빛에 붉게 물들었다. “혹시 애인 있어요, 선배?” “어느 정신 나간 여자가 나 같은 미친 산꾼을 좋아하겠냐?” “뭐……좋아할 수도 있죠. 선배가 뭐가 어때서요.”(/ pp.180~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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